[전력 산업 분석] 시리즈: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이 글은 2024년 9월 24일 20:12에 네이버 블로그에 처음 올린 글입니다.
1. 앞선 3편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은 매우 안정적인 대신 수익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2. 이런 안정성은 금융을 일으키기 딱 좋은 조건이다. 금융 기관 입장에서는 정부가 보장하는 조건을 기반으로 대규모 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업이니까.
3. 따라서 이 사업의 수익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1) 부채와 자본금을 통해 만든 재생에너지 자산이 전기를 팔아서 만드는 수익률 = Project IRR (ROA와 유사한 개념)
(2) 부채를 제외하고 내가 주주로서 납입한 자본금 대비, 원리금을 갚고 남은 내 몫으로 떨어지는 수익(주로 배당) 률 = Equity IRR (ROE와 유사한 개념)
4. 투자를 공부하신 분은 다들 둘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감이 올 것이다. 바로 E-IRR이다.
5. 비유하자면 서울 부동산과 같다.
6. ’06년 1분기부터 ‘21년 3분기까지 서울 아파트의 1년 평균수익률은 4%다.
7. 낮은 수익률이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우상향한다. 그래서 은행은 이 자산을 담보로 아파트 가격의 50% 가량(Loan to Value) 대출을 내준다.
8. 여기에서 4%의 수익률은 아파트 자산가치 대비(최초 부채+자본금의 합계) 상승률이니, ROA 혹은 P-IRR과 비슷한 개념이다.
9. 이 4% 수익을 만들기 위해 내가 낸 돈이 50%뿐이라면, 자본대비 수익률은 8%다.
( 4% 수익 = 10억 * 4% = 4천만 원, 4천만 원 / 내 돈 5억 원 = 8% )
10. 주식보다 부동산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을 찾아보기 쉬운 이유도 이 안정성과 레버리지 효과에 답이 있다.
11. 비슷한 개념으로 재생에너지 사업도 자본 전체로 보면 수익률은 낮지만(6~10%), 레버리지 효과를 반영한 자기자본 수익률로 보면 낮지 않다.
12. 그런 이유로 모든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레버리지를 끼고 사업을 한다.
– 이렇게 돈을 빌릴 수요가 확실한 것이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아주 매력적인 자산이다.
– 현금흐름이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30년 뒤에 지급할 돈이 생기는 생명보험사 등의 Duration과 재생에너지 사업의 기간 20-30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 게다가 경기 영향을 별로 타지도 않는다.
13. 심지어는 이런 재생에너지 사업은 너무나 안정적인 나머지, 금융기관에서는 사업자의 신용을 보지 않고, 해당 사업의 현금흐름만을 보고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이를 Project Finance라고 부른다.
14. ‘사업의 현금흐름만 보고 투자한다’의 의미는, 사업이 망하면 사업주에게 쫓아가서 돈 내놓으라고 하지 않고, 이 사업으로 끝내겠다는 뜻이다. 이를 Non-Recourse Finance (비소구금융)라고 부른다.
15. 물론 이 경우에는 금융기관의 심사와 금리 등의 금융 조건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사업주 입장에서는 선호한다. 사업의 안전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여기서 안전성은 안정성과 다른 개념으로, 사업주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아짐을 의미)
16. 즉, 재생에너지 사업은 반드시 막대한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
17. 이런 이유로 최근의 금리 인하 추세 본격화의 수혜 섹터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 금리 인하는 신규 사업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리파이낸싱도 가능하다.
18. 이렇게 레버리지 효과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은 보수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19.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의 의견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시각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20. 은행 직원 입장에서는 업사이드를 함께 누리는 것도 아닌데 굳이 검증 안 된 것을 써서 원리금 회수에 리스크가 생기는 것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21. 그래서 Bankability라는 개념이 있다. 은행이 선호하는 기자재, 은행이 선호하는 사업 구조, 은행이 선호하는 사업주 등을 의미한다.
22. 작년에 우리나라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중국산 터빈들이 낙찰된 것이 놀라운 이유다.
– 다만 이 사업들은 아직 금융약정은 안됐다. 보통 판매계약을 먼저하고 금융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 돈 빌리러 가면 ‘계약은 됐니?’ 먼저 물어보는 것.
23. 중국산 해상풍력 터빈들은 중국에서는 레퍼런스가 매우 많지만, 해외로 나와본 적이 거의 없다.
즉, 세계적인 상업은행들도 이런 터빈을 쓰는 사업에 Project Financing을 제공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24. 하지만 최근 해상풍력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투자비 상승의 아픔을 함께 겪었다.
25. 상황이 이렇게 되니 심지어 유럽계 등 선진국 사업주도 중국산 터빈을 가지고 최소한 재무모델은 돌려보고, 실사도 진지하게 해보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터빈을 가지고 낙찰까지 받게 된 것이다.
26. 이런 보수적 특징은 에너지 업계 전반에 적용된다. 그래서 어떤 기술이 충분히 에너지 시장에 자리를 잡는지를 보고자 한다면 이런 것들을 살펴보면 좋다
– 그 제조사의 그 제품이 들어간 사업에 실제 금융이 일어났는지
– 일어났다면 정책금융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일반 상업은행인지
– 상업은행이라면 다른 은행들도 보고 따라 할 만큼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회사인지
27. 비슷한 맥락으로 연구소에서 어떤 에너지 신기술이 개발됐다는 뉴스가 나온다면 아직 갈 길이 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사 논조상의 흥분과 시장의 반응 간에 상대한 간극이 있을 수 있다.
– 시제품화, 양산화 그리고 이렇게 은행들의 인정이라는 산을 넘어야 할 것이다.
– 그래서 만약에 그 기술을 개발한 회사 주주로 은행들을 설득해낼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업체가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다.
28. 이렇게 레버리지가 만드는 산업의 보수성은 재생에너지 섹터 투자자라면 꼭 이해해놓으면 좋은 특성이다.
원문: 네이버 블로그 (2024.09.24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