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월 조정장 바닥에서 나는 과감하게 손절을 했다.
그리고 너무나 대단하게도 거의 정확히 바닥에서 팔았다.
이 사실을 크게 반성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내가 팔던 그때 바닥이라고 판단하고 매수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얘기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10년 이동평균선이었다.
“10년 이평선 밑에서 지수를 사면 무조건 먹는다.”
그리고 그분은 사는 것만 얘기하지 않았다.
바닥을 벗어나면 팔아서 수익을 낸다고 했다.
사는 시점과 파는 시점이 한 세트라는 얘기다.
그리고 지금, 또 조정장이 찾아왔다.
코스피는 6월 고점(9,114) 대비 -39%, 코스닥은 1년 고점 대비 -36%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가지를 같이 백테스팅 해봤다.
- 언제 사야 하나: 10년선 밑에서 사면 정말 무조건 먹나? RSI, MACD, 볼린저밴드, 하락 기간, 고점 대비 낙폭, S&P500·나스닥과의 관계 중 무엇이 바닥을 잘 알려주나?
- 샀다면 언제 팔아야 하나: 목표 수익률에서 팔까, 고점에서 일정 폭 빠지면 팔까, 나눠서 팔까?
코스피는 1990년부터, 코스닥은 1996년부터, 코스피 기준 36년치 데이터다.
먼저, 무엇을 알아냈나

백테스트에서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네 가지다.
① ’10년선 밑에서 사면 무조건 먹는다’는 코스피에서만 대체로 맞았다.
코스피는 10년선 아래에서 사면 1년 뒤 90%가 플러스였다.
코스닥은 61%였다. 코스닥 10년선이 2000년 닷컴 버블 가격을 품고 있던 2007~2011년에는 10년선 아래도 비쌌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로는 코스닥도 10년선 아래가 대부분 좋은 기회였다.
② 좋은 매수 신호는 ‘장기적으로 싸다’ + ‘미국도 같이 과매도’였다. 이걸 이 글에서는 매수 신호 A라고 부른다.
- 코스피 신호 A: 10년선 아래이거나 1년 고점 대비 -30% 이하이면서, 나스닥 RSI가 35 미만(미국도 과매도)일 때. 60일 뒤 오른 확률이 90%였다.
- 코스닥 신호 A: 1년 고점 대비 -20% 이하 + 10년선 아래 + 단기 급락(5일 -8% 이하 또는 6일 RSI 15 미만)일 때.
③ 같은 급락이라도 ‘한국만 급락’은 가장 약했다.
한국은 -30% 넘게 빠졌는데 미국(S&P500)은 고점 근처인 경우다. 60일 뒤 오른 확률이 코스피 42%, 코스닥 32%로 밖에 안된다.
오히려 미국도 같이 무너진 ‘한·미 동반 급락’이 바닥에 더 가까웠다.
아마도 코로나 같은 매크로 이슈가 전세겨적인 투매를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고.. 한국만 급락하는 경우는 장기적인 하락장의 시작이어서 그럴지도?
④ 얼마나 보유 후에 매도하는게 좋을까? 코스피는 길게, 코스닥은 짧게 파는 쪽이 나았다.
코스피는 1998·2020년처럼 큰 반등이 있어서 분할 익절이나 고점 대비 매도가 나았고, 코스닥은 반등이 오래가지 않아서 +15%에 전부 파는 것이 나았다.
‘한국만 급락’ 유형은 매수 후에 계속 들고 가면 손실이었고, +10% 이익만 보고 짧게 팔 때만 통했다.
- 목표가 익절: 산 값보다 +10%나 +15% 오르면 판다.
- 고점 대비 매도: 산 뒤 가장 높았던 가격에서 -12% 빠지면 판다. 큰 반등을 끝까지 탄다.
- 분할 익절: 절반은 +10%에 팔고, 나머지는 그 뒤 고점 대비 -10%에 판다.
이걸 지수별 규칙으로 묶으면 아래 표가 된다.

코스피는 신호 A에 사서 분할 익절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미 동반 급락은 길게, 한국 단독 급락은 +10% 단타로 정리했다.
코스닥은 신호 A에 사서 +15%에 판다.
이제 이 규칙을 지금 시장에 대입해 본다.
결론: 코스피는 관망, 코스닥은 분할 매수

코스피는 관망이다.
낙폭(-39%)과 최근 10일 하락(-21%)은 역대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아직 10년선보다 96% 위에 있고, 미국은 고점 근처다(나스닥 RSI 43).
앞에서 본 ‘한국만 급락’ 유형이고, 신호 A는 꺼져 있다.
이 유형은 들고 가면 손실이었고, +10%에 짧게 팔 때만 통했다.
그래서 들어간다면 소액으로, +10%에 짧게만 먹고 나올 생각이다.
나스닥 RSI가 35 아래로 내려가며 미국도 같이 조정을 받으면 신호 A가 켜진다. 그때 본격적으로 다시 본다.
코스닥은 분할 매수하고 +10~15%에서 익절한다.
10년선(804) 아래로 내려왔고, 1년 고점 대비 -36%다.
10월 15~16일에는 단기 급락까지 겹쳐 코스닥 신호 A가 켜졌다.
코스닥은 반등이 오래가지 않아서, 길게 들고 가는 것보다 +10~15%에서 확정하는 쪽이 나았다(백테스트상 +15%가 조금 더 좋았다).
다만 780 아래는 지난 1년간 거래가 거의 없던 가격대라, 7월 저점(645)까지 지지가 약하다.
한 번에 사지 않고 나눠서 산다.
2026년에 이 규칙대로 했다면 어땠을까.
- 코스닥(KODEX 코스닥150): 7월 9일 매수 → 10월 7일 +15.9% 익절 → 10월 16일 12,905원에 재매수, 현재 +1.6%.
- 코스피(KODEX 코스피): 신호 A로 7월 31일 매수 → 분할 익절로 10월 14일까지 +11.2%로 정리. 한국 단독 급락 단타 규칙으로는 7월 29일 매수 → 8월 14일 +13.7%, 10월 14일 재매수 → 현재 -8.3%.
내가 바닥에서 손절하던 그 구간에, 규칙은 사서 반등에 팔고 이번 하락에 다시 사고 있었다.
매도 규칙 없이 그냥 들고만 있었다면 코스닥은 지금 -3.8%였다.
사는 것만큼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숫자로 확인했다.
이 숫자를 볼 때 꼭 조심할 점

결론을 쓰자마자 바로 덧붙여야 할 얘기가 있다.
이런 급락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36년 동안 규칙별 거래는 6~30번에 불과했다.
- 사례가 적다. 승률 100%도 한두 번 결과가 바뀌면 80%대가 된다. 오차 범위를 ±15%p 정도로 봐야 한다. 그리고 1997 IMF, 2000 닷컴, 2008 금융위기, 2020 코로나 같은 몇 개의 큰 사건이 여러 규칙에 동시에 등장한다.
- 승률 착시가 있다. 목표가에서 파는 규칙은 아무 날에나 사도 승률이 80%였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승률보다 ‘아무 날에나 산 것보다 연수익률이 높은가’로 판단했다.
- 좋은 조합을 골라낸 효과가 섞여 있다. 135개 매수·매도 조합 중 좋은 것을 골랐다. 2008년 전과 후 모두 좋은 것만 남겼지만, 우연이 섞였을 수 있다.
- 2026년은 전례가 없다. 코스피가 1년 만에 두 배 넘게 오른 뒤 -39% 빠진 국면은 과거에 없었다. 과거 분포가 그대로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이 숫자는 ‘이렇게 하면 무조건 먹는다’가 아니라, ‘과거에는 이런 조건에서 확률이 조금 더 유리했다’ 정도로 읽어야 한다.
아래부터는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검토한 내용이다.
1. 무엇을, 어떻게 비교했나

매수 신호 15가지와 매도 규칙 9가지를 모든 조합으로 돌렸다.
신호가 나면 사고, 매도 규칙에 걸리면 판 뒤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가장 신경 쓴 것은 비교 기준이다.
지수는 길게 보면 오른다. 그래서 어떤 신호든 ‘아무 날에나 사서 같은 규칙으로 판 것’보다 나아야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리고 급락장에선 조건이 며칠씩 연달아 켜지기 때문에, 20거래일 안의 신호는 한 사례로 셌다.
한국 장이 열릴 때는 그날 밤 미국 장을 모르니, 한국 T일에는 전날 밤 끝난 미국 종가만 붙였다.

지표와 매도 규칙의 뜻은 위 표에 모아 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에서 본 대로 10년 이동평균선, 1년 고점 대비 낙폭, 나스닥 RSI, 그리고 세 가지 매도 방식이다.
2. 언제 살까: ’10년선 밑에서 사면 무조건 먹는다’는 사실일까

코스피에서는 대체로 맞았다.
10년선 아래에서 샀다면 1년 뒤 90%가 플러스였고, 중앙값은 +31%였다.
1998년 IMF 직후, 2020년 3월 코로나 급락, 2022년 9~10월이 모두 이 구간이다.
다만 ‘무조건’은 아니었다. 2000년 8월에 10년선 아래로 들어갔을 때 샀다면 1년 뒤 -22%였다.
코스닥에서는 아니었다.
10년선 아래에서 샀을 때 1년 뒤 플러스는 61%, 중앙값은 +3%에 그쳤다.
2007년 11월에 샀다면 1년 뒤 -60%였다.
코스닥의 10년선은 2000년 닷컴 버블 가격(2,834)을 품고 있어서, 2007~2011년에는 10년선 자체가 너무 높았다.
10년선 아래가 싸다는 뜻이 되려면, 10년선이 거품을 품고 있지 않아야 한다.
2012년 이후 코스닥이 10년선 아래로 내려갔던 때(2019·2020·2022·2024~25년)는 대부분 좋은 매수 기회였다.
3. 언제 살까: RSI·볼린저·하락 기간·낙폭

솔직히 가장 의외였던 결과다.
RSI 30 미만, 볼린저밴드 하단 이탈, 연속 하락 5일째에 샀을 때 60일 뒤 오른 확률은 47~58%였다.
아무 날에나 샀을 때(코스피 56%, 코스닥 51%)와 다르지 않았다.
5일 동안 -10% 이상 빠진 코스피는 5일 뒤 71%가 반등했지만, 3개월을 보면 그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하락 기간은 기준이 되지 못했다.
연속 하락 7일째부터는 오히려 나빴다(60일 승률 코스피 36%, 코스닥 27%).
오래 빠졌다고 반등이 가까운 것이 아니라, 그만큼 하락 힘이 센 장이었다.
낙폭은 1년을 볼 때만 의미가 있었다.
1년 고점 대비 -30~-40%에서 샀다면 1년 뒤 중앙값이 코스피 +20%, 코스닥 +13%였다.
하지만 1년 고점 -20%에 닿은 약세장 중 62%가 -30%까지, -30%에 닿은 경우의 75%가 -40%까지 내려갔다.
“이 정도 빠졌으면 바닥이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4. 언제 살까: 미국과 같이 빠질 때가 오히려 바닥에 가까웠다

한국 지수는 전날 밤 미국 등락을 따라 움직인다(상관계수 0.3).
이틀 전 미국과는 관계가 거의 없다. 미국의 영향은 딱 하루치만 넘어온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급락의 성격이었다.
- 한국만 급락하고 미국은 고점 근처일 때: 60일 승률이 코스피 42%, 코스닥 32%로 가장 나빴다. 1990~92년, 1997년 IMF, 2000년이 여기에 해당하고, 하락이 길게 이어졌다.
- 미국도 같이 과매도일 때: 1년 고점 -30% 이하 또는 10년선 아래이면서 나스닥 RSI가 35 미만이면, 코스피 60일 승률이 90%였다.
미국이 같이 흔들려야 오히려 바닥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매수 쪽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바닥에서 손절한 사람에게는 ‘반등을 확인하고 들어가자’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첫 양봉, 볼린저 하단 재진입, MACD 반등, 5일선 회복, RSI 30 상향 돌파를 기다렸다 사는 경우를 비교했다.
승률은 오르지 않았고, 매수가만 1~3% 비싸졌다.
5. 언제 팔까: 목표가 익절의 승률은 착시였다

그분 말처럼 ‘바닥을 벗어나면 판다’를 규칙으로 만들어 붙여봤다.
처음엔 목표가 익절이 완벽해 보였다. 코스피 매수 신호 A에 +10% 목표를 붙이면 승률 100%였다.
그런데 아무 날에나 사서 +10%에 팔아도 승률이 82%였다.
지수는 결국 회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률이 아니라, 같은 매도 규칙에서 아무 날 매수보다 연수익률이 높은지로 판단했다.
참고로 200일선 회복, RSI 70, 볼린저 상단 같은 ‘바닥 탈출’ 지표에서 파는 규칙도 시험했는데, 너무 일찍 팔거나 다시 빠질 때까지 기다리게 돼서 목표가 익절보다 나빴다.
6. 언제 팔까: 매도 규칙을 바꾸면 살아나는 신호가 있었다

매수와 매도를 같이 보니, 매수만 볼 때 쓸모없어 보이던 신호 중 일부가 살아났다.
- 코스피의 단기 급락 신호(MACD 오실레이터 -1% 이하, 5일 -8% 이하)는 고점 대비 -12%에서 파는 규칙을 붙이면 2008년 전후 모두 기준선보다 나았다. 다만 승률이 35~44%라, 자잘한 손절이 이어지다 큰 반등 한 번으로 만회하는 구조다.
- 코스피의 한국 단독 급락은 +10%에서 짧게 팔 때만 6번 모두 성공했다. +15%로 올리거나 고점 대비 매도로 바꾸면 손실이었다.
- 코스피 RSI 30 미만·볼린저 하단·연속 하락은 어떤 매도 규칙을 붙여도 아무 날 매수 수준이었다.
- 코스닥은 10년선 기반 신호만 두 시기 모두 버텼다. 단기 신호는 2007년 이전엔 좋았다가 2008년 이후 무너졌다.

분할 익절도 비교했다.
코스피는 절반은 +10%에 팔고, 나머지는 그 뒤 고점 대비 -10%에 파는 방식이 분할 중 가장 좋았고, 아예 고점 대비 -12%에 전부 파는 방식이 수익률은 더 높았다.
1998년·2020년처럼 큰 반등을 끝까지 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은 반대로 +15%에 전부 파는 것이 가장 나았다. 반등이 오래가지 않았다.
7. 최종 규칙과 ETF 검증
여기까지의 검토를 묶은 것이 앞에서 본 지수별 규칙 표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 코스피 기본: 장기 저평가(10년선 아래 또는 1년 고점 -30% 이하) + 나스닥 과매도에 사고, 절반 +10% / 나머지 고점 대비 -10%에 판다. 17전 17승, 연 6.8%로 단순 보유(5.9%)보다 높고 최대 낙폭은 절반 수준이었다.
- 코스피 공격: 같은 신호에 사서 고점 대비 -12%에 판다. 연 9.2%로 가장 높았지만 승률은 50%다.
- 코스피 보조·단타: 한·미 동반 급락은 고점 대비 -12%로 길게, 한국 단독 급락은 +10%로 짧게.
- 코스닥 기본: 약세장 + 10년선 아래 + 단기 급락에 사서 +15%에 판다. 단순 보유가 연 -1.9%인 동안 연 4.2%였다.

지수는 직접 살 수 없으니 KODEX 코스피와 KODEX 코스닥150으로도 확인했다.
신호 다음 날 시가에 사고, 수수료와 1틱 불리한 체결을 넣었다.
- KODEX 코스닥150 + 코스닥 기본 규칙: 연 7.3%, 최대 낙폭 -26%. 단순 보유는 연 2.5%, -57%였다.
- KODEX 코스피 + 코스피 공격 규칙: 연 14.5%로 단순 보유(13.0%)보다 높았고, 최대 낙폭은 -34%로 단순 보유(-41%)보다 작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7월 31일처럼 하루에 +18% 움직인 날은, 시가에 샀느냐 종가에 샀느냐에 따라 같은 규칙의 결과가 +14%와 -16%로 갈렸다.
요즘 같은 장에서는 신호가 나도 한 번에 사지 않고 며칠에 나눠 사는 것이 맞아 보인다.
바닥에서 손절했던 6~7월의 나는, 살 기준도 팔 기준도 없었다.
이번에는 적어도 둘 다 정해두고 움직여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