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이런 결론을 냈다.
매수 간격과 익절 폭을 고정된 1.5%·0.5%로 두지 말고, 시장의 변동성에 맞춰 늘였다 줄였다 하자는 것이다.
그 기준으로 쓴 지표가 ATR(14)이다.
최근 14거래일 동안 하루에 평균 몇 % 움직였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시장이 거칠어지면 커지고 잠잠해지면 작아진다.
규칙은 이렇다.
- 매수 간격 = 1.0 × ATR% (직전에 산 가격보다 이만큼 더 떨어지면 다음 계좌 매수)
- 익절 폭 = 0.6 × ATR% (종가가 12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는 상승 추세라면 1.5 × ATR%, 최대 5%)
- 20일 이격도 105 초과(과열)면 매수 중단, 볼린저 %B가 0 미만(과매도)이면 2계좌분 매수
- 자금은 20개 계좌로 나눈다(균형형)
나는 이 규칙으로 매일 저녁 7시, 다음 날 쓸 거래 가이드가 내 텔레그램 봇으로 들어오도록 해두었다.
코스닥150 시세를 받아 ATR,이격도,%B를 계산하고, 내일 몇 원에 사고 몇 원에 팔지까지 알려준다.
앞으로는 규칙을 기계적으로 돌리기보다, 이 가이드를 기준점으로 삼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4.91%?
10월 16일 종가 기준 ATR(14)은 4.91%였다.
가이드대로라면 매수 간격 4.91%, 익절 폭 약 2.9%(지금은 120일선 아래라 0.6 × ATR)다.
솔직히 2년간 이 전략을 직접 굴려온 내 경험에서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매수 간격을 넓혀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
나도 하락이 거세지면 1.5%를 3~4%로 넓혀왔다.
그런데 4.91%는 너무 크게 느껴진다.
매도 쪽은 더 어색하다.
나는 오히려 변동성이 클수록 매도 폭을 줄여서, 0.3~0.5%처럼 작은 이익을 여러 번 빠르게 적립해나가는 방식으로 운용해왔다.
그런데 가이드는 매도 폭을 0.6 × ATR, 약 2.9%로 대폭 넓히라고 한다.
손이 덜 가는 건 좋은데, 과연 거래가 되기는 하는 걸까?
백테스트는 이렇게 우리 경험에 반하는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장점이기도 하다.
내 걱정이 맞는지, 과거 데이터로 반론을 확인해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세 가지를 물어봤다.
- ATR이 4.91% 이상이었던 날은 얼마나 되나? 그런 날에 이 규칙으로는 하루에 몇 번 거래하게 되나?
- 그 구간만 떼어 보면 수익률, MDD, Sharpe는 어땠나? 간격을 좁혔다면?
- 매도 폭을 내 방식처럼 0.3~0.5%로 줄였다면?
데이터: KODEX 코스닥150(229200) 5분봉 2021.09.02~2026.10.16(1,250거래일), 고변동 구간은 1분봉으로 재확인. 자본 1억 원, 수수료 0.015%, 매수·매도마다 1틱 불리하게 체결된다고 가정했다.
질문 1. 4.91% 이상인 날은 얼마나 되나
ATR은 그날 아침에 확정된 ‘전일 종가 기준’ 값을 썼다. 실제 가이드가 쓰는 값과 같다.
1,250거래일 중 90일, 전체의 7.2%였다.
5년간 ATR의 중앙값은 2.27%이고, 상위 10%가 4.34%, 상위 5%가 5.88%다.
지금은 5년 중 상위 7% 안에 드는, 꽤 드문 고변동 장이다.
흥미로운 건 이 90일이 전부 2026년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기였던 2022년 하락장에서도 ATR이 이 수준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럼 이런 날 거래는 얼마나 일어날까. 매수와 매도 체결을 합친 횟수다.

간격이 넓어지면 거래가 끊길 거라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간격이 넓어지는 만큼 시장도 크게 움직이니, 거래 빈도는 평소와 거의 같다. 대략 이틀에 한 번 체결된다.
대신 한 번 팔 때 남기는 이익이 커진다. 매도 1건의 평균 순수익률은 고변동 날 4.38%로, 평소(2.11%)의 두 배였다.
질문 2. 그 구간만의 성과, 그리고 간격을 좁혔다면
먼저 지표 두 개만 짚고 가자.
MDD(최대 낙폭)는 평가금액이 고점에서 가장 많이 빠졌던 비율, 즉 ‘가장 아팠던 순간’이다.
Sharpe ratio는 수익을 변동성으로 나눈 값으로, 같은 위험을 지고 얼마나 벌었는지를 본다. 높을수록 좋다.
5년 전체를 한 번에 돌린 결과에서, ATR 4.91% 이상인 90일의 하루 수익률만 뽑아 이어 붙였다.

같은 날들에서 그냥 들고 있던 사람은 고점 대비 46%가 빠졌다.
ATR 규칙은 13% 빠지는 데 그쳤고, Sharpe는 오히려 평소보다 높았다.
역시! 변동성이 큰 날이 이 전략에게는 나쁜 날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럼 내 감각대로 간격을 좁혔다면 어땠을까.
가장 길었던 64일짜리 하락 구간(코스닥150 -26%)을 빈 계좌 1억 원에서 새로 시작해 돌려봤다.

간격을 좁히면 길게 이어지는 급락에서 계좌를 너무 빨리 써버린다.
수익은 늘지 않고, 낙폭만 2~3배로 커졌다.
물론 반대 경우도 있었다. 3월처럼 고변동이지만 금방 회복한 구간에서는 좁은 간격이 1~2%p 더 벌었다.
문제는 지금이 ‘금방 끝날 급락’인지 ‘길게 갈 급락’인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4.91% 간격이면 20개 계좌를 다 쓸 때까지 약 63% 하락을 견딘다(2계좌씩 사는 날이 없다면). 넓어 보이는 간격이 계좌를 지키는 장치였다.
질문 3. 매도 폭을 0.3~0.5%로 줄였다면
이번엔 매도 쪽이다. 고변동 날에만 익절 폭을 여러 가지로 바꾸고, 나머지 날은 그대로 뒀다.
먼저 5년 전체(매수 간격은 1.0 × ATR 유지).

익절 폭을 1~4% 사이 어디에 두든 결과는 비슷했다.
확실히 나쁜 건 양 끝, 특히 0.3%와 0.5%였다.
다음은 64일 하락 구간을 1분봉으로 다시 본 결과다.
작은 마진으로 짧게 여러 번 왕복하는 건 5분봉에서 놓칠 수 있어서, 더 촘촘한 데이터로 확인했다(5분봉 결과도 거의 같았다).

여기서는 내 경험이 맞았다.
하락이 길게 이어지는 고변동 장에서는 마진을 줄여 반등마다 빨리 팔고 빠지는 쪽이 낫다.
들고 있는 계좌가 적게 쌓이니 MDD가 -11%에서 -6%로 거의 절반이 된다.
다만 그 최적점은 0.3%가 아니라 1% 안팎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 비용. 한 번 사고파는 데 수수료 0.03%에 슬리피지 2틱(지금 가격 약 13,000원에서 0.08%)이 들어 약 0.11%가 나간다. 0.3% 마진이면 3분의 1이 비용으로 사라진다.
- 비율. 평소 ATR이 2%일 때의 0.5% 마진은 하루 움직임의 4분의 1이다. ATR이 4.9%인 날 같은 비율이 되려면 1.2%는 돼야 한다. 0.3%는 고변동 장에서는 ‘잡음’ 수준이다.
반대로 상승·횡보 성격의 고변동 구간(3월)에서는 넓은 익절이 유리했다. 0.3%로 팔면 +0.1%, 가이드대로(상승 추세라 1.5 × ATR) 팔면 +1.2%였다.
작게 팔면 오르는 장에서 이익을 다 놓친다.
그리고 내 감각을 둘 다 적용한 조합, 즉 좁은 매수 간격(0.5 × ATR) + 작은 매도 폭(0.3%)은 64일 하락 구간에서 하루 9회를 체결하고도 MDD -16%였다.
손은 가장 많이 가는데, 결과는 가이드보다 나빴다.
정리하면
- ATR 4.91% 이상은 5년 중 7%뿐인 드문 장이다. 그래도 거래는 이틀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
- 그런 날 ATR 간격(4.9%)은 Buy&Hold MDD -46%를 -13%로 막았다. 간격을 좁히면 긴 급락에서 낙폭이 2~3배 커진다.
- 매도 폭은 1~4% 사이라면 큰 차이가 없다. 하락 추세의 고변동 장이라면 1~2%로 줄이는 것도 괜찮다.
- 하지만 0.3~0.5% 고정 마진은 고변동 장에서 비용과 잡음에 먹힌다.
한계도 분명하다.
ATR이 이 정도로 높았던 독립 구간은 사실상 다섯 번, 그중 긴 하락은 한 번뿐이다.
숫자는 방향을 보여줄 뿐, 정답으로 받아들이기엔 표본이 작다.
그래서, 나는
결론적으로 나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격을 넓혀야 한다는 내 감각은 맞았지만, 얼마나 넓혀야 하는지는 데이터가 나보다 과감했다.
작게 여러 번 판다는 내 습관도 방향은 맞았지만, 0.3%는 너무 작았다.
그래도 1.5~2%에 매수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4.9%로 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선 매수 간격은 4% 정도, 매도 폭은 1.5% 정도 수준으로 해보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ATR에 기반한 투자에 익숙해져 가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 결과는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참고: 이 글은 개인적인 백테스트 기록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